노무사에게 상담을 하면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해고를 당했는지 여부'와 '사업장에 근로자가 몇명 정도 되는지' 여부이다. '언제 해고를 당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해고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고를 당한지 3개월이 지난 상황이라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는 없고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으로 이를 다투어야 한다.
'사업장에 근로자가 몇명 정도 되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28조 【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구제신청은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 제28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정확히는 4명 이하)인 사업장에서 해고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는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다.(경우라면 3개월 이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원에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 근로자가 분명이 5명이 넘었는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때 회사측에서 5인 미만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가능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이 별도로 되어 있는 경우이다.
1. 당사자 개요
신청인(근로자)
해당 사건의 근로자는 지인의 소개로 상급자 및 대표이사의 면접을 거쳐 입사를 하였으며, 담당했던 업무는 회사 물품의 홍보와 광고 방송프로그램 심의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피신청인(사용자)
해당 사건의 사용자는 약 1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화장품 제조업을 하고 있었다. (이후 이 사건에서 피신청인은 1·2로 나뉘어진다)
2. 사건의 경위
사업장의 동료들과 함께 근로자는 근로계약서상의 퇴근시간을 넘어서 까지 근무를 하였고 보통의 퇴근시간은 21:00정도였으며, 대표이사와 상급자는 야간과 주말에도 메신저로 근로자에게 업무지시를 하여왔다.
그런데, 근로자의 부하직원이 잦은 연장·야간근로로 인해서 유산하는 일이 발생하였다.(이 일 때문에 부하직원의 남편이 회사까지 찾아와서 사장에게 항의까지 한적이 있었다)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근로자는 사장에게 야근이 너무 많으며 상급자의 업무지시가 너무 과하다 라고 이른바 총대를 메고 사장에게 직언을 하였다.
그리고 한달 반 뒤에 사용자는 "직원들에게 사장에 대한 불만과 갈등을 조장·야기시켰다"라고 하면서 근로자를 해고시켰다.
3. 법적 쟁점
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해고의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절차적인 측면은 대표적으로는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였는지 여부이고, 내용상의 정당성은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하게 된다.
해당 사안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정당성이 없는 해고였다.
문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이유서와 답변서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4. 이유서와 답변서
이유서(1)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때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서와 위임장 그리고 이유서를 제출하는데, 이유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뒤에 빠르면 3~5일 늦으면 2~3주 정도 걸려서 답변서가 온다. 사건에 따라서 이유서와 답변서는 한번만 오갈 수도 있고, 여러번 오갈 수도 있다.
첫번째 이유서에는 ①서면통지가 없었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②해고의 내용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만한 사정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해고의 정당성이 없다는 취지로 작성하였다.
당시 작성됐던 이유서(1)
해고사건을 다루는 노무사라면 이유서를 작성할 때 상대방이 어떤 답변서를 작성할지 어느정도는 예상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사용자가 제출하는 답변서에는 근로자의 근무태도가 불성실했다거나, 직원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 정도의 내용과 해고한 사실이 없다 정도로 내용이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용자측에서 답변서의 위의 내용 외에도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용자측의 답변서
사용자측의 답변서에는 근로자의 근무태도를 지적하고, 해고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추가적으로는 ①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이라는 것과 ②현재 폐업을 준비중에 있으며, 폐업이 된다면 근로자의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제이익이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신청취지는 기본적으로는 원직복직이다. 그런데 회사가 폐업을 하게 된다면 '원직'이 없어지기 때문에 구제이익이 없어 각하되게 된다. 회사는 이부분에 집중해서 구제이익이 없음으로 사건을 각하시키려고 하였다.
위의 서울고법 2014누53881 판례에서도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폐업이 있는 경우에는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할 것이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있어서 구제이익은 소멸 즉 각하된다고 판정을 하였다.
이유서(2)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당시에는 통제불가능한 변수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사건이 그러한 사건이었는데, 근로자가 근무를 했을때 사업장의 근로자는 10명이 넘었지만, 실제 옆에서 일하던 동료는 다른 사업자 소속의 근로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근로자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던 일이다. 애초부터 다른 사업장이라는 구분이 명확히 되어 있었다면 모를까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가 다른 사업자 소속의 근로자라고 인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두 번째 이유서에는 해고사실에 대한 입증으로 근로자와 사용자의 상담 중 사장이 해고발언을 했던 것을 속기사 사무소에 의뢰하여 입증자료로 녹취속기록을 제출하였다. 녹취속기록의 제출로 해고사실의 입증은 어렵지 않았다.
사안에서는 사업장의 폐업이 실제로 폐업을 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사업장(A회사와 B회사로 지칭한다)과 하나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원직복귀가 가능한지가 문제였다.
폐업에 있어서 정당성이 없다는 것은 먼저 A회사와 B회사가 동일한 회사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회사 메신저 단톡방에 명목상 A회사 소속의 근로자와 B회사 소속의 근로자가 동일한 상급자, 대표이사의 지휘·감독아래 근무를 하였고 장소 역시 동일하였다라는 취지로 작성하였다.
당시 작성했던 이유서(2)
두번째 이유서를 제출할때 신청취지를 변경, 피신청인을 1·2로 나누어 기재하였다. 이는 만약 피신청인 1이 폐업을 하더라도 피신청인 1·2의 사업장이 동일한 사업장이라면 근로자는 피신청인 2의 사업장으로 복귀하면 되기 때문이다(사실 사업장의 주소지는 동일했다).
폐업에 관한 주장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노동위원회 재결례를 들어 해당의 폐업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사업장이 폐업을 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서류상의 폐업이었다면 실제 사업장의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여전히 구제이익이 존재한다(2014부해1865 판정). 또한 이 사건의 경우는 2015부해853 판정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별도의 법인으로 되어있었지만 동일인물이 대표이사로 되어 있고, 사업내용도 동일했으며, 법인 간의 인사교류, 업무지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주소지까지 모두 동일했었다.
따라서 A회사가 폐업한다 하더라도 B회사는 여전히 사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폐업을 한다 하더라도 구제이익이 여전히 존재했었다.
5. 사건의 결과
두번째 이유서를 보내고 회사측에서 어떻게 연락이 올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 A업체와 B업체간의 업무지시현황과 직원간의 인적교류현황등을 조금 더 보강해서 세번째 이유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사용자측에서는 담당 노무사를 통해서 화해의사를 밝혀왔다. 화해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웠으나 최대한 근로자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끌어냈다.
첫번째는 근로관계 종료사유이다.
해고를 다투는 상황이었는데 권고사직으로 처리한 것은 근로자에게 설명이 필요했다. 합의에 대해서 만약 개인사정으로 인한 퇴사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경우라면 근로자는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권고사직으로 합의되고 근로관계 종료일에 변동이 없다면 화해조서를 가지고 고용센터에 실업급여 신청을 하게 되면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금액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가 화해를 하는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금액을 세전으로 할 것인지, 세후로 할것인지가 문제된다. 근로자들은 합의금을 생각할 때 합의된 금액을 '수중으로 들어오는 돈'으로 생각하지만, 세금처리에 민감한 사용자는 합의된 금액을 '세전 금액'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합의할 때 이 부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의나 화해를 했다 하더라도 회사측에서 합의금액을 '세전'으로 생각해서 세금 공제 후 금액을 지급한다면 다시 법적으로 다투어야 한다. (해당 사건에서는 실수령액으로 세후금액임을 명시)
세번째의 경우 이 회사의 문제점은 잦은 연장·야간근로등이 문제였다. 노동위원회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만 다투는 곳이므로 연장·야간근로에 대한 초과근로수당에 대해서는 고용노동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진행하여야 한다. 임금체불을 진정을 할 때에는 연장근로가 있었다는 것과 어느 정도의 연장근로가 있었는지는 연장근로시간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근로자는 해당 기간동안의 근무내역이나 출퇴근 기록 내역을 가지고 입증을 해야 하는데 회사내에 출퇴근 기록카드가 있거나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입증하기가 곤란한 면이 있었다. 따라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합의에서 이 부분을 포함시켰다.
네번째는 일반적으로 합의나 화해를 하는 경우 들어가는 내용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임금체불이나 다른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상대로 업무방해나 명예훼손등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송에서 승소를 할 수 없다하더라도 이런 경우 소송의 목적은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합의나 화해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제소특약을 마련해 둔다.
사건은 위와 같이 마무리가 되었다.
해당 사건에 관한 간략한 글 보기